
예술공간돈키호테 사진연구 프로젝트 2025_사진관 원판필름 아카이브 연구 네거티브, 그림자, 커튼 예술공간 돈키호테(돈키호테 콜렉티브)는 2012년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수행하면서 순천 지역에 오래된 사진관 몇 곳을 방문 조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1965년에 문을 연 ‘제일사진관’의 사진사 조익준(1942년 생) 선생이 90년대까지 촬영했던 원판 사진(네거티브 필름)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3년 사진관으로부터 뜻밖에 많은 양의 필름더미를 기증받게 되었고, 이후 필름을 분류하고 검토하는 일이 천천히 느리게 진행되었다. 건네받은 필름의 촬영 시기는 1970년부터 1992년까지로, 필름 낱 장 수는 1만 5천여 장에 달한다. 현재까지 분류와 디지털 스캔 작업을 거쳐 훼손된 필름을 제외하고 약 98%의 DB를 구축했다. 필름은 모두 대중판 사진기(5×7인치 뷰카메라)로 촬영한 흑백사진들이며, 촬영 연도-월-규격을 표시하여 인화지 봉투에 담아 보관하고 있었다. 필름규격은 원판(5×7)을 대판(大版)으로 하고 중판(원판 1/2), 소판 또는 명함판(1/4), 반명함판(1/8), 증명판(1/16)으로 촬영 목적과 용도에 따라 구분했다. 원형이 심하게 훼손된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보관상태가 양호했다. 제일사진관 원판필름은 약 23년 동안 출사와 스튜디오 촬영으로 생산된 방대한 초상사진 아카이브이다. 사진의 용도는 크게 백일·졸업·우정·약혼·결혼·회갑과 같은 생애주기별 기념 의례와 증명사진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이점은 이미 인화된 종이 사진의 재촬영본이 적지 않은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증빙해야 할 문서류를 복사하는 기능으로써 사진 촬영이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직업별 의복과 스타일, 사진관 소품과 장식의 문화사가 엿보이고, 증명사진의 규격/용도 차이와 변화 등 사진신분증명 제도에 대한 의문이 생겨난다. 돈키호테콜렉티브는 그동안 제일사진관 필름아카이브의 일부를 실험영화감독(이행준, 변재규)과 협업하여 작품 제작을 지원했고(2013~2019), 2019년에는 국내 최초 사진기 제작 공장이었던 ‘순천 동남사’의 역사를 조사 연구하면서 동남사진문화공간(현 순천시 중앙동 소재) 개관기념 특별전 <순천의 사진관과 사진아카이브>(2019.1.25.~ 4.25.)를 기획하고 필름 일부를 큐레이팅했으며, 충남 서천지역에 ‘사진관예식장’을 연구한 노영미 선생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가졌다. 원판필름에는 표면 스크래치, 먼지와 곰팡이 등으로 인한 화학적 변질이 이미지와 뒤섞인 채 새겨져 있다. 또한 인화 과정에서 편집, 삭제, 폐기되었을―결과물이 되지 못한―버려진 이미지 정보들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이 정보들을 조합해 보면 해당 시기 사진제도, 산업, 기술, 문화의 조건에서 영업사진관이 만들어낸 기묘한 형식과 규범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회적 기능으로써 한 시대를 폭발적으로 살아낸 영업사진관의 사진생산물에 대해 지금까지 예술은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근 과거에 기술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사라져 버린 사진관 네거티브 원판필름을 예술이 재탐색함으로써, 기술을 둘러싼 여러 사회·제도적 정황들이 어떻게 기술변화의 조건으로 작용하는지 역사적, 미학적, 비평적 질문과 읽기를 현재에 비추어 시도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3개의 알레고리―네거티브(제도, 규범), 그림자(기술, 이미지), 커튼(언어, 문화)―를 연구의 방향으로 제시해 보았다. 돈키호테콜렉티브는 내년 2026년 제일사진관 원판필름아카이브를 재해석하는 전시와 출판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에 앞서 올해 2025년 시각예술가, 비평가, 사진 연구자, 에디터 등을 초대해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마련하고 사전 연구(공동 워크숍, 세미나 등)와 제작 발표회를 진행하고자 한다. 네거티브, 그림자, 커튼: 사진관 원판필름 아카이브 연구 프로젝트 기간: 2025년 3월 ~ 11월 장소: 예술공간 돈키호테, 암실스튜디오 외 참여 연구자: 고영찬, 김서라, 김현호, 노영미, 박혜강, 백종관, 변재규, 이명훈 기획/연구총괄: 박혜강 큐레이터: 이명훈 주최 주관: 돈키호테콜렉티브 후원: 전라남도, (재)전남문화재단 협력: 제일사진관, 정상인사진스튜디오 외
참여자 소개
고영찬(Ko Youngchan ) 영상/설치 작가. 목포 거주. 프랑스 니스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MFA). 한 장소와 관련된 설화, 민속, 증언, 기록, 환상 등 다각도의 리서치를 통해 얻은 자료들을 재구성한 실험적인 영상작품을 만들고 있다. 인간이 설계한 목적과 기능을 벗어난, 혹은 애초에 그러한 가능성이 배제된 ‘제멋대로인 장소(unruly place)’를 재주술화하는데 관심을 둔다. 익숙하고도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의 예상을 비껴가는 장소를 찾거나 때로는 그러한 장소를 직접 만들어내며 지도 바깥으로의 탈주를 시도한다. https://www.youngchanko.com
백종관(Paik Jongkwan) 영화감독. 서울 거주. 학부에서 전자공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심리학 BA, 2009), 16mm 필름과 캠코더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며 이론 연구와 영화 제작을 병행했고(영화 MFA, 2016) 무용, 연극,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을 수행했다. 일상의 이미지와 사운드를 수집하고 활용하여 그것들의 사회적 맥락에 대해 고민하고,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사유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한다. 영화의 확장, 그리고 몸의 확장에 대해 관심이 많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 영상을 계속 제작 중이다. http://jongkwanpaik.com
변재규(Byun Jaekyu) 영상/설치 작가. 부산 거주. 일본 교토 세이카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했다(PhD). 풍경의 파노라마적 재해석의 영상설치 작업을 시작한 이래, 최근 영화장치와 지각적 메커니즘의 관계에 대한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주요 전시로 광주비엔날레(2018), 욕망의 메트로 폴리스(201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2013)에 참가했으며,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부산비디오페스티벌,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서울독립영화제, 폴란드국립미술관 미디어아트비엔날레, 오스나브뤽 유러피언 미디어아트페스티벌, 함부르크국제단편영화제 등에서 작품을 상영했다. 최근 발표한 논문으로는「프레임 이미지의 사이에 관한 연구: 19세기 광학기기와 구조영화의 고정되지 않는 깊이감」(2023), 「본다는 것의 매체적 성찰」(2021)이 있으며, 작품집(DVD) 『수공향수 NOSTELGIA STRUCTURED BY FRAME』를 출간했다.
김서라(Kim Seora) 미술평론가. 광주 거주. 전남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발터 벤야민의 이미지론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 2021년 광남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 「역사의 잔해와 무덤 순례자―오종태론」이 당선되며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광주의 연구 공동체 ‘광주모더니즘’에 참여하며 광주와 지역 이미지, 지역 문화에 대한 글을 쓴다. 주요 발표 논문으로는 「20세기 초현실주의 인간학적 유물론의 실천과 범속한 계시-발터 벤야민의 「초현실주의」다시 읽기」(2020)와 「근대적 기술관에 대한 발터 벤야민의 비판과 대항전략」(2023)이 있으며, 최근 광주에 살며 그곳을 둘러싼 이미지 비평서 『이미지와 함께 걷기』(2024)를 출간했다.
김현호(Kim Hyunho) 사진비평가/출판 편집자. 서울 거주.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일반대학원 사진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계원디자인예술대학 H-CENTER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편집장을 거쳐 DGIST EPUB3 전자교재 개발 사업의 실무 총괄로 일했으며, 디자인 저널 <양귀비>의 책임 편집자와 <사진이론학교>와 격월간 <말과활>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사진과 디자인, 현대미술 등을 다루는 출판사 보스토크 프레스의 대표와 잡지 『보보담』 편집장으로 있다. 공부의 목적은 사진을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사진 이미지가 생성되어 사회적으로 유통되고 소멸되는 생애주기의 패턴을 추적하는 데 관심이 있다. 또한 사진과 정치, 예술이 기묘하게 뒤엉키는 변곡점들을 찾아 최대한 정교하게 그 의미와 양상을 글쓰기로 펼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http://vostokpress.net https://www.lsnetworks.com/html/pr/bobodam.asp
노영미(Noh Youngmi) 민속학자/영상민속지 연구자. 서천 거주. 안동대 대학원 민속학과에서 논문 『혼례사진과 예식공간의 변화에 따른 혼례문화 변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안동대 민속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며, 서천군 장항읍에서 ‘예소아카이브’(2018~)를 운영하며 연구, 수집, 전시,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혼례 문화연구를 위해 사진과 영상, 음원, 문서로 된 기록을 전국적으로 수집하고 보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 연구 논문으로는 「1950~1970년대 약혼사진 촬영의 의례화」(2023), 「한산모시짜기 모시농업 도구의 변화 -1950~60년대 ‘대칼’을 중심으로-」(2022), 「장항의 사진 문화」(『장항읍지』, 2021), 「혼례에서 남녀위치의 변천-전근대기와 근대기의 혼례식을 중심으로-」(2018)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장항읍 원수1리와 성주1리의 마르지 않는 큰샘』(2023), 『시멘트 근대를 연 사람들: 근대산업도시 구술 자료집』(공저, 2021) 등이 있다. 예소아카이브: https://www.youtube.com/@예소아카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