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돈키호테 사진연구 프로젝트 2025_벽소 이영민의 국악인 초상사진 아카이브
전시 푸른 웃음 소리
1930년대부터 순천에 한 남자가 국악인 초상사진을 기록-편집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짧게 잡아도 25년간 지속됐다. 남자가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은 오랜 시간 그 사진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1980년대 초반부터 출판물과 신문기사에 “독점 발굴”이란 타이틀을 달고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20세기 초반 활동했던 유명 국악인들의 과거 전신 초상사진은 국악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진 출처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누군가의 스승이었고 또 그 스승의 스승이었던 전설 같은 국악인들의 얼굴(모습)이 사람들이 그 사진에서 얻고 싶어 하는 유일한 ‘정보’로 기능했다. 하지만 사진에는 인물만 있지 않았다. 인물 옆에는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이 길게 배치되어 있는데, 거의 모든 사진이 동일한 연출기법으로 촬영되었다. 일부 사진은 인쇄물에서 오려 붙인 얼굴과 글씨가 상하로 배치된 콜라주 기법으로 기록돼 있는가 하면, 사진관의 사진사가 인물과 글씨를 인화 과정에서 임의로 편집한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제작된 것도 있었다. 단순히 인물 초상사진으로 취급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 연속적인 사진기록물을 남긴 사람은 순천에서 서예가로 알려진 벽소碧笑 이영민李榮珉(1882-1964)이었다. 그는 순천이 남다른 애정을 표하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에 교육자이자 언론인이었고, 순천을 중심으로 전개된 전남 동부권 소작쟁의 운동을 이끌었던 인물 중 한 명이며, 순천의 명소를 안내하는 판소리 단가 <순천가順天歌>를 작사했다. 그가 쓴 서예 작품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아껴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를 ‘시인’이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영민은 생전에 한시를 줄곧 발표했고 시집 <벽소시고碧笑詩稿>를 남겼다. 국악인 초상사진에 나란히 놓인 것은 바로 그가 쓴 한시와 서예 작품이다. 음악 연주에 대한 감상을 시로 짓고 붓글씨로 쓴 후 해당 음악가와 함께 기록한 사진에는 이영민의 창작 과정과 형식에 대한 강한 집착이 응집되어 있다. 이 독특한 연속적 기록은 마치 출판될 책의 페이지 하나하나를 편집하는 과정과 동일해 보인다. 시와 서예 작품은 사진 속에 고정되었고, 음악가의 얼굴과 모습은 한국 예술계에 귀한 유산으로 남았다. 그것은 벽소가 온 애정을 담아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진은 모두 60장이며 인물 수는 58명이다. 이 전시는 벽소 이영민의 예술적 성취와 실천들을 아카이브를 통해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교육자, 언론인, 농민·노동·사회주의운동가의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생의 중반기를 지나 작고하기 전까지 시인이자 서예가로서 그가 짓고, 쓰고, 사진으로 기록한 작품 일부를 엮어 펼쳐보았다. 전시의 주된 이야기는 국악인 초상사진 51점에서 시작된다. 인물(초상), 문학(시), 미술(서예)이 통합적으로 구성된 이 사진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이영민의 개인사 및 활동 자료, “근대 국악계 인물”이 실린 시집 <벽소시고>, 서예 작품, 판소리 단가 <순천가>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예술창작의 연속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순천 판소리에 대한 조사, 연구, 제작, 기록물들을 선별하여 근과거에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노력들을 환기해 보려 했다. 전시 기간에는 순천대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단과 공동으로 연계 프로그램 “벽소 이영민의 소리 저편, 배움터”를 연다. 순천대 재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제별 강연, 세미나, 답사를 진행한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덕분에 귀한 자료들이 새롭게 발굴되기도 했고, 예상외로 이영민의 서예 작품을 지역에 많은 사람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 충분히 소개할 수 없어 아쉽지만, 조만간 더 많은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풍성한 이야기와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혜강(예술공간 돈키호테 디렉터)- 
벽소 이영민의 국악인 초상사진아카이브 푸른 웃음 소리 2025. 5. 29(목)~ 6. 27(금) 국립순천대학교박물관 기획전시실 주최∙주관: 돈키호테콜렉티브 총괄기획: 박혜강(예술공간돈키호테 디렉터) 큐레이터: 이명훈(예술공간돈키호테 큐레이터) 협력: 순천대학교박물관, 순천대디지털HUSS사업단, 조선호, 이광하, 이성식, 김정진 개인 컬렉션 전시관람 안내 개관: 월~금 10:00~17:00 휴관: 토/일요일, 대통령선거일(6.3), 현충일(6.6)
안내 및 문의 예술공간돈키호테 http://art8013.net 문의: 010-2299-5150 donquixote8013@gmail.com
전시 연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벽소 이영민의 소리 저편, 배움터
구분 |
일자 |
시간 |
장소 |
주제 |
진행/초청 |
개막 |
5.29(목) |
15:00-17:00 |
박물관기획전시실 |
전시를 여는 말 단가 <순천가> 연주 |
박혜강 제정화, 손웅 |
강연(1) |
6.10(화) |
15:00-16:30 |
박물관시청각실 |
순천의 홍반장, 벽소 이영민을 만나다 |
강성호 |
강연(2) |
6.13(금) |
15:00-16:30 |
박물관시청각실 |
이영민의 국악인 초상사진아카이브 읽기 |
박혜강 |
답사 |
6.14(토) |
15:00-17:00 |
순천 원도심 |
이영민을 따라 걷는 원도심 장소 탐험 |
강성호 |
강연(3) |
6.17(화) |
15:00-16:30 |
박물관시청각실 |
순천에書 '벽소체' 찾아보기 |
이명훈 |
세미나 |
6.20(금) |
15:00-16:30 |
박물관시청각실 |
1920~40년대 이영민을 둘러싼 순천의 판소리 풍경 |
정혜정x박혜강 |
도슨트교육 |
5.13-6.27 |
- |
순천대-박물관 |
전시해설-도슨트 교육 및 활동 |
이명훈 박혜강 |
* 6월 14일 답사 프로그램은 순천 원도심 일대를 함께 걸으면서 진행됩니다. 참가 인원은 10~15명 내외로 6월 13일(금)까지 문자(010-2299-5150)로 참가 신청을 받습니다. * 도슨트 교육 프로그램은 순천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사전 참가자 모집을 통해 선발된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 전시연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순천대 디지털 HUSS사업단이 주최하고 돈키호테콜렉티브가 주관합니다. |